요즈음 우리나라 나이 계산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 잣대를 가지고 우리나라 나이 세는 법을 문제 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영어는 이상하지 않은가요? 제가 영어를 처음 배울 중학교 1학년 초기에 ‘몇 살이냐?’고 묻는 영어가 ‘How old are you?’라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어린데도 얼마나 늙었느냐고 묻는 것이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어느 나라 언어나 관습을 볼 때 자기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한 것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이를 말할 때 쓰는 단어가 몇 개 있습니다. 하나는 ‘나이’이고 하나는 ‘몇 살’의 ‘살’이고 또 하나는 한자어의 ‘몇 세(歲)’의 ‘세’입니다. ‘몇 살이냐?’고 묻을 때와 ‘나이가 몇이냐?’고 물을 때가 있지만, ‘나이가 몇세이세요?’고 묻지는 않습니다. 모두 의미가 다릅니다. 어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몇 살이냐고 물을 때에는 소위 한국식 나이로 말합니다. 왜냐 하면 ‘몇 살이냐’고 묻는 것은 ‘몇 설’을 지났느냐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 살’을 ‘먹는’ 것은 ‘한 설’을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월 1일이면 한 설을 먹는 것입니다. 옛문헌(예컨대 석보상절이나 월인석보)에는 ‘한 살’을 한 설‘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살이냐‘는 ’몇 설이냐‘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살‘을 먹는 것은 1월 1일을 곧 설날을 지나야 한 살을 먹게 됩니다. 이처럼 ’살‘과 ’설‘은 모음을 대립시켜 의미를 확대시켜 가는 경우가 국어에는 많지요. ’남으면‘ ’넘지요‘. ’낡으면‘(옛말에서는 아래아 자) ’늙지요‘
그러면 ‘나이’는 어떻게 먹나요? ‘나이’란 단어는 원해 ‘낳이’였습니다. 그래서 ‘나히’로 써 왔습니다. ‘낳다’의 어간 ‘낳’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이’가 붙어서 ‘나히’가 되었었는데, 이것이 히읗이 떨어져 나가 ‘나이’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나이’는 원래 언제 낳았느냐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낳은 지 얼마나 되었느냐는 뜻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요즈음 말하는 만 나이를 의미하였던 것입니다.
‘歲’는 ‘해 세’이지요? 낳은 지 몇 해를 지났느냐는 것이지요? 그런데 ‘해’는 1월 1일에 바뀌지요?
따지고 보면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가 하루가 지나 1월 1일이 되면 2살이 되는 것은 바로 ‘설’과 ‘살’, 그리고 ‘해’의 어원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귀중한 생명이라고 해서 태어나자 마자 나이가 1살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은 다 잘 알고 계실 것이고요. 영어로 ‘How age are you?’라고 하면 아마도 우리와 같은 답이 나올텐데, How old are you‘라고 하니까 만 나이가 될 뿐만 아니라 ’1년 5개월‘등의 답이 나오는 것이지요.
법을 어떻게 고치는 것이 나은지는 제가 왈가왈부할 내용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나라 나이 세는 방법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수긍할 수 없습니다. 왜 How old are you는 문제 삼지 않지요? 젊은이 여러분을 늙었다고 하면 바람직한가요?
관습과 법은 다릅니다. 원래 오랜 관습을 명문화한 것이 법인데, 그것을 무시하고 법으로 관습을 바꾸려는 것은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원래 역사가 없는 나라가 법만을 앞세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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