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6일 목요일

벨라루스의 대학 교육과정

다음 주! 드디어 방학이 시작된다.
1월에 방학을 한다?
벨라루스는 한국과 교육과정이 다르다.
  • 학기의 시작
대부분 유럽의 대학이 그렇듯이 9월에 1학기, 다음해 2월에 2학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종강은 6월이다. 1학기는 9월부터 12월까지 4달이지만, 1월 한 달(정확히 2~3주)간 주어지는 시험 기간을 합산하면 실제 방학 기간은 길어야 2주(10일~14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겨울은 날씨도 춥고, 해도 빨리 지기 때문에 어디 돌아다닐 엄두가 나질 않는다. 오히려 학교에서 따뜻하게 공부하는 게 낫다. 그대신 여름방학은 7~8월, 해도 길고 여름 날씨치고는 서늘하기 때문에 휴가를 정말 알차게 보낼 수 있다.
  • 평가방식
한국은 중간, 기말, 중간 중간 발표를 하거나 보고서를 제출한다. 한국에서 학기 중에 진행하는 모든 것을 여기도 똑같이 진행한다. 중간시험도 보고, 기말시험도 보고, 물론 구술시험도 있다. 선생이 정해준 여러 주제에 대해서 공부한 것을 제비뽑기를 한 후 그 질문에 대답하면 된다. 이런게 한국에도 있었던가? 적어도 내가 배울 때는 없었는데....다만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면 재시험이 있다는 점이다. 재시험만 있느냐? 삼시, 사시도 있다. 즉 재시험을 3번 더 치를 수 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한 번에 합격 점수를 받아서 방학동안 편하게 쉴 수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학생은 다시 공부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방학이 그만큼 짧아진다. 물론 선생이 감당해야 할 피로는 학생의 몇 배가 되니 웬만하면 귀찮아서 최저점수를 주고 합격시키곤 한다.
  • 교육과정
4년 반을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마지막 학기는 실습을 나간다. 다들 중고등학교에 가서 교생처럼 학생들을 맡아 가르친다고 한다. 1학기 초부터 실습을 나가기도 하는데 5학년이랍시고, 실습한답시고 학교에 안 나오는 녀석들이 나중에 학점달라고 선생에게 매달린다. 악착같이. 그렇다고 좋은 점수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스펙에 목을 메는 한국학생은 학점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서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목을 메지만 이 학생들은 졸업할 수 있게 최저 점수만 달라고 한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다. 학사 과정이 5년이다보니 석사과정을 1년이면 마칠 수 있는 것은 장점이 있다. 그러면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을 학생은 오히려 1년을 손해보는 것인가?
  • 수강신청
개별적인 수강신청이 불가능하다. 학교에서 지정해주는 과목을 들어야 한다. 그것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반에서. 한 번 반이 정해지면 졸업할 때까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한 반은 10~15명으로 구성된다. 자신의 전공에 따라서 반이 구성되는데,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제 2전공을 선택하면서 한 번 반이 바뀐다. 제 2전공은 학과마다 규정이 다른데 2학년부터 선택하기도 하고 3학년부터 선택하기도 한다.
수업은 아침 8시 15분부터 시작이다. 학년에 따라서 오전, 오후로 나누어 수업을 듣는다. 이 나라의 대학에서 가장 먼저 가르쳐 주고 싶은 것은 자유이다. 물론 자유에 따른 책임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대학에서 자유를 느끼지 못하니 학생들의 창의력도 좋지 않다. 그러나 어딜 가나 개중에 뛰어난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학생은 어디에서 배우든, 무엇을 배우든 군계일학처럼 빛난다.
당연히 캠퍼스의 낭만이나 여유를 배우기 어렵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이젠 그런 것을 가르치는 선생도 없다. 오직 목표는 취업에만 달려있다.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단순한 기술 뿐이라는 게 안타깝다.

난 지금 두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작년 겨울방학에는 두 학교의 시험기간이 겹치질 않아서 3일 밖에 쉬질 못했었다. 그래도 이번 겨울 방학은 10일 정도의 여유가 있다. 갑자기 생긴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고민중이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계획만 세우다가 방학이 끝날 지도 모르겠다. 계획만 세우다 방학이 끝난들 뭐 어떤가? 계획을 세우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미야자와 겐지_주문이 많은 요리점

  주문이 많은 요리점 .......미야자와 겐지     두 명의 젊은 신사가 완전히 영국 병정 같은 옷차림에 번쩍거리는 총을 메고, 백곰처럼 생긴 개 두 마리를 데리고, 깊은 산 속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곳을 이런 얘기를 하면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